
일상
문영강태
베리블루
캠핑카를 끌고 바다에 도착한 문영과 강태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캠핑카에서 내렸다. 모래 산장을 한참동안이나 걷고 있는데 문영이 멈춰섰다.
그리곤 무언가 마음에 안 드는 듯 인상을 잔뜩 찡그렸고, 강태는 다정히 문영에게 물어왔다.
"왜 또 미간에 잔뜩 성이 났어-"
"...씨, 계속 신발에 모래가 들어오잖아. 불편해 죽겠네."
"그러니까 내가 아까 운동화 신으랬었지? 모래 들어간다고."
"씨이, 개짜증나. 잘난척하지마, 재수 없어."
"응, 여기에 재수 형 없지. 재수 형이 여기 어딨어-."
"너, 되지도 않는 드립칠래? 하나도 안 웃겨-."
"..그래? 큼, 모래 많이 불편해?"
"응, 불편해. 많이. 다시 캠핑카로 돌아갈래."
"업힐래?"
"뭐?"
"아니, 불편하다며. 어떡할래."
"업어줘."
문영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두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 문영에 강태는 피식 웃더니 문영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곤, 문영을 번쩍 업었다.
문영은 기분이 좋은지 발을 달랑거렸고, 그런 문영의 움직임을 보던 강태는 피식 웃으며 모랫길을 걸었다.
근 일 년간 많은 일이 있었다. 첫사랑인 문영을 다시 만나고, 문영이 강태가 보호사로 일하는 괜찮은 병원에서 동화 강의를 하게 된 일. 어쩌다 문영의 집에 들어가 같이 살고, 각자의 상처를 마주 보고 피하지 않고 마주 봤던 일. 문영과 강태, 그리고 상태를 '과거'라는 목줄에서 벗어난 일도, 문영과 상태가 함께 책을 낸 일. 그리고 더이상 보호받아야 할 대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필요로하는 이들을 찾아 떠나는 상태를 떠나보내는 일.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행복할 수 없다던 강태는 이제, 문영과 자신, 상태에게는 행복할 일만 남은 해피엔딩의 길을 걷기를 바랬다.
*
잠이 오지 않아 뒤척거리던 중이었다.
산책이라도 할까 싶어 옷을 주섬주섬 입는데 잠든 문영의 상태가 심상치가 않았다.
식은땀을 흘린 채, 문영이 흐윽, 거리며 울먹였다. 본능적으로 문영이 악몽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강태가 문영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벌떡 일어난 문영은 허우적거리더니 강태에게 안겼다.
괜찮아, 괜찮아. 강태의 토닥임에 금방 진정한 문영은 강태를 마주보고 다시 강태에게 안겼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후, 강태가 문영에게 물었다.
"더 잘래?"
"...싫어."
"안 피곤해?"
"응…."
피곤하지 않다는 문영의 말과는 다르게 문영의 눈에는 졸음이 가득했다. 졸음이 가득한 눈을 애써 깜빡이는 문영의 모습에 강태는 문영이 다시 악몽을 꿀까 두려워하고 있음을 알았다.
품에 안긴 문영을 천천히 침대에 눕힌 강태는 문영을 마주 보고 누웠다. 그리고 문영을 품에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 부모가 아이를 재우듯이 강태는 문영의 등을 천천히 토닥이며 속삭였다.
"괜찮아, 고문영. 같이 있는데 뭐가 무서워. 다 허상이야. 너에게 채워진 목줄, 스스로 잘랐잖아. 그니까 괜찮아, 문영아."
*
상인주리, 승재재수 커플과 와 함께 캠핑을 마친 후 문영과 강태, 그리고 상태는 집으로 돌아왔다.
운전석에 있던 강태는 차에서 잠든 둘을 깨웠고, 상태는 강태가 깨우는 소리에 끔뻑 거리며 눈을 떴다. 하지만 문영은 많이 피곤했는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걸 어쩌나, 난감해하던 상태는 언제까지 상태를 데리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니 상태에게 먼저 올라가서 자라고 했다.
"왜, 왜지? 왜 나만 올라가지? 너랑 문영이는?"
"문영이가 피곤했지 못 일어나네. 내가 문영이 깨워서 들어갈 테니까 먼저 자, 알겠지?"
상태가 강태의 말에 하품을 쩍- 하더니 집으로 들어갔다.
강태는 다시 문영이를 깨웠고, 여전히 문영이는 일어날 기미가 안 보였다. 어쩌지, 하던 강태는 언제까지고 이럴 순 없다고 판단하고 문영이를 조심스레 안아 든 강태는 문영이 놀라지 않게 차 문을 닫고 집으로 들어갔다.
조심스레 계단을 오르고 방문을 연 강태는 문영을 침대 위에 눕혔다. 조용히 신발을 벗기고 나가려는데 문영의 옷이 눈에 걸렸다. 쫙 달라붙는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문영이 불편해보이는던 강태는 잠시 고민하더니 '어차피 볼 거 다 본 사이인데 뭐 어때.' 하곤 편한 잠옷 원피스를 찾았다.
평소에는 잘만 보이던 잠옷이 오늘은 왜 이리 안 보이는지 한참을 헤매던 강태는 드디어 잠옷을 찾았다. 그리곤 잠든 문영이 옷을 조심스레 갈아입혔다. 갈아입히면서 깊은 곳 어딘가에서 욕구가 차오르지만 자기 뺨 챱챱 때리면서 '피곤해서 정신 못차리는 사람한테 뭔 짓이람'이라고 중얼거리며 옷을 갈아입혔다.
옷을 다 갈아입힌 후, 강태는 나가기 전 문영이 잘 자라며 문영이 이마에 쪽- 하고 뽀뽀를 하였고 "잘 자, 고문영." 라고 한 후 문영의 방을 나갔다. 그렇게 오늘도 평범하고 행복했던 하루가 지나갔다.